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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와 한국의 신금융 시대 개막

7월 1 업데이트됨

본 칼럼은 중앙일보 편집국의 검토를 거쳐 https://news.joins.com/article/23806930에 게재되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편집국에 제출한 원문입니다.

재난지원금 2차분이 디지털화폐로 들어왔습니다. 따로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은행에서 나의 소득수준에 맞게 배정된 금액을 스마트폰으로 보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가지고 가족들과 오랜만에 외식을 했습니다. 식당 주인이 디지털화폐가 도입되니 재난지원금이 훨씬 빨리 시중에 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손님들이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한 디지털화폐에는 프로그래밍이 내장되어 있어 부동산 구매용으로는 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상가 월세로는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건물주는 임차인들로부터 재난지원금으로 잔뜩 받은 월세 수입을 다른 부동산 구입에 쓸 수 없어 적당한 소비처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디지털 화폐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처럼, 화폐가 디지털 화폐로 바뀌면 또 한 번의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대표적인 차이가 화폐에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기부한 돈이 약속된 기부목적에만 사용되도록 조건을 걸어 기부할 수 있습니다. 범죄자가 범행으로 취득한 수익은 자금 결제가 안 되게 해당 금액의 화폐 자체를 동결하거나 자금 이동 내역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같은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합니다. 중국이 가장 앞서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남서쪽의 슝안(雄安) 신도시에서 진행될 디지털화폐 시범사업에는 스타벅스, 맥도널드가 참여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전 세계 국가들의 디지털 화폐 연구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지폐가 사람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며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코로나가 심각한 지역의 지폐를 대량 회수하여 소독하고 심지어는 소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한참 전인 2014년부터 디지털화폐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중국의 정부 기관과 100여 개의 은행이 함께 운영하는 중국전자은행망은 2017년 연구자료를 통해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는 경제 시스템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거래 비용을 감소시키며,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자금 세탁 감독에 용이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 공산당 제 19차 보고서를 인용하며 디지털 경제의 신산업의 번영 개발을 위해 현대적인 경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금융이 경제의 핵심이므로 디지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디지털 금융이 필요하고 따라서 법정디지털화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2019년에 페이스북이 자체 기업 화폐 리브라 프로젝트를 선포하자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부르면 나올 수 있는 단계”라고 응답했습니다.


일본도 착실히 디지털 화폐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2015년부터 디지털 화폐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자료를 공개해 왔습니다. 특히 일본은행은 2017년부터 유럽 중앙은행과 함께 분산 장부 기술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는 프로젝트 스텔라(Project Stella)를 운영해 왔으며 2020년에는 제 4단계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만일 일본과 유럽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서로의 디지털 화폐 금융 데이터를 분산된 공동 장부에 함께 기록하고 결제 내역을 검증하여 운영하면 일본과 유럽은 디지털 화폐로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 장벽을 세울 수 있습니다.


달러 패권국가인 미국도 디지털 화폐 시대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美 연준이사 Lael Brainard는 2019년 10월 16일 BIS(국제결제은행)에서 열린 "The Future of Money in the Digital Age" 컨퍼런스를 통해 돈이 있는 곳이라면 그 돈이 어떠한 형태를 띄고 있더라도 지난 100년 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미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한국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19년도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서를 통해 국회로부터 디지털 화폐 도입 방안을 연구할 것을 요청받았음을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2019년 1월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어서 2020년 2월에는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대응현황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한국은 금융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필요는 없으나 연구는 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고수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디지털 화폐 발행 준비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화폐 법률자문단을 출범했습니다.


디지털 화폐 시대가 열리면 한국의 경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결론적으로 한국은 대단히 유리한 황금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동안 한국은 경제는 성장하였지만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 국가의 통화가 해외에서도 사용되는 것을 화폐의 국제화라고 합니다. 위안화는 한국보다 빨리 국제화를 시작했지만, 한국에서 원화의 국제화는 오래된 숙원이었습니다. 중국전자은행망은 디지털 화폐 시대가 되면 위안화가 더욱 국제화 될 수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마침 한국의 원화가 IMF 국제 통화로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 보고서는 한국 원화가 중국 위안화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인의 스마트폰 시장의 리더십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단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자인 애플과 화웨이도 정작 반도체의 상당량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는 스마트폰에서 작동됩니다. 지금도 스마트폰을 통해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해결합니다.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지점 하나 없지만 모바일에서는 국민은행을 추월했습니다. 디지털화폐 시대가 되면 스마트폰이 글로벌 은행망이 됩니다. 한국이 카카오, 네이버 라인과 같은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일본, 대만 등의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을 점유하고 있는 것도 유리합니다. 스마트폰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입니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페이스북이나 위챗을 사용합니다. 전 세계에서 자국이 개발한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은 디지털 화폐 시대를 피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한국은 수출의 가장 많은 비중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수출대금을 디지털화폐(CBDC)로 한다고 통보하면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은 아직도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국가입니다. 일본 국민들에게는 예금봉쇄라는 치명적인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급격히 높아진 국가 부채를 메우기 위해 국민들의 부동산, 재산에 90%에 가까운 높은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지금도 현금을 선호하는 일본에서 국민들이 디지털 화폐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화폐 발행이 더욱 손쉬워지면서 중앙은행의 권력이 커지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 보고서는 디지털 화폐 시대가 개막되면 시중은행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중앙은행의 힘이 더욱 세질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 시대가 본격화되면 국가 경제 운용은 어떻게 될까요? 정부의 중앙 경제 통제 권력이 훨씬 강화될 것입니다. 돈이 돌면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통화 승수라고 합니다. 디지털 화폐 시대가 열리면 정부는 통화 승수를 높이기 위해 화폐 흐름의 빅데이터를 정밀하게 관찰하고 다양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화폐를 통한 국가의 중앙 지휘와 개인의 정보 보호가 충돌합니다.


그래서 그 동안 한국은행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습니다.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 중립을 지키고 스스로를 통제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사태가 한국은행의 입장도 바꾸고 있습니다. 정부가 외치고 기다리던 제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디지털화폐 발행 시 고려해야 할 한국은행법 주요 내용]


제3조(한국은행의 중립성)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제5조(한국은행의 공공성ㆍ투명성) 한국은행은 업무를 수행하고 기관을 운영할 때에는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25조(손해배상책임) ① 금융통화위원회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한국은행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해당 회의에 출석한 모든 위원은 한국은행에 대하여 연대(連帶)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그 회의에서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시한 위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7조(화폐의 발행) 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이 가진다.

제49조(한국은행권의 권종 등) 한국은행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어떠한 규격ㆍ모양 및 권종(券種)의 한국은행권도 발행할 수 있다.

김문수 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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