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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는 원화 국제화의 기회

본 칼럼은 중앙일보 조인디 편집국의 검토를 거쳐 https://joind.io/market/id/1506 에 게재되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편집국에 제출한 원문입니다.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할 필요는 없지만 연구는 한다’는 기조하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은행의 CBDC관련 연구는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서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미 2019년 1월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1차 보고서를 공개하였고, 2020년 2월에는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대응 현황] 이라는 후속 보고서를 공개하였습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보고서는 CBDC의 개념, 구현방식, CBDC가 중앙은행 책무에 미치는 영향, CBDC 관련 법적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CBDC의 효용을 중립적 관점과 국내적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관점은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응 현황] 보고서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이 CBDC의 직접적인 발행유인은 없지만 CBDC 관련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들은 이미 기축 통화 또는 국제화된 화폐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물론 금융정책과 통화정책에서 중립성을 지키고 신중히 발언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의 전략은 단지 중립적 관점이나 관찰적 관점만으로는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본 보고서는 ‘일본은행은 일본 내 CBDC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장래 CBDC에 대한 수요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관련 검토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CBDC의 전략을 수립할 때 일본과 같은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아직도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문화적인 특수성상 신용카드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낮다고 해서, 한국도 신용카드 사용을 지양하자고 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일본의 움직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본은행이 영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의 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 및 국제결제은행(BIS)과 CBDC 공동연구그룹을 구성하였고 한국은행은 여기에 시작부터 배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 유로존은 6대 기축통화국이고,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방크)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으로 이미 2017년부터 국가가 보증하는 가상화폐(e-krona) 발행 프로젝트를 연구해 온 국가입니다. 일본과 유럽이 주도하는 6개국 중앙은행 CBDC 공동연구그룹이 모여서 단지 기술적 연구나 경제학적 개념 연구를 할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철저한 금융 패권 관점에서 전략적 판단을 하고 미국을 언제, 어떻게 끌어들일지를 고민하고, 동시에 어느 나라들을 최대한 배제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입니다.


중국은 CBDC에 대해 위안화의 국제화 관점에서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100여개의 은행들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중국전자은행망은 ‘위안화 국제화 촉진을 위한 디지털 통화 개발 가속화(加快数字货币开发进程 助推人民币国际化)’라는 칼럼을 통해 중국의 CBDC 발행의 주요 목적이 위안화의 국제화에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https://www.cebnet.com.cn/20191209/102622966.html)



대한민국은 CBDC 발행에 대해 국내적 관점을 넘어 ‘국제적 관점의 시야’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CBDC의 기술적 개념이나 관련 법규 이슈 탐색의 경계를 넘어, 한국의 원화가 국내용 화폐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고민해야 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시사점 : 기축통화 보유 여부를 중심으로] 라는 보고서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의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실증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원화의 국제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고 2005년 제1차 금융허브회의에서는 원화의 국제화 준비가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등장하기도 하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주춤하였습니다. 그 동안 중국의 위안화는 IMF의 통화인출권(SDR)에 편입될 정도로 국제화되어 한국은 양쪽으로 국제 통화 보유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규모는 작지만 개방되어 있는 소국개방경제 체제로 분류되어 그 동안 원화가 섣불리 국제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외환 투기 세력 공격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왔지만 이제 한국은 10대 무역국, GDP 12위의 국가가 되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환율, 물가 수준을 감안한 한국의 1인당 구매력이 2023년쯤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통화국제화의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원화국제화에 대한 시사점(2012, 현석, 이상헌)] 이라는 논문은 이미 원화는 경제 규모 측면에서 부분 국제화의 선결조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의 발전이나 외환시장의 개방 측면에서 뒤쳐져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의지와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은 2014년부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에 참여하며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를 지켜보아 왔습니다. 그렇지만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동아시아 경제를 중국의 영향 아래에 두려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양적 완화 전략을 쓰고 있는 일본에게는 한국이 제품을 수출하면 일본은 화폐를 인쇄(Printing)해서 대금을 지급하는 형세입니다. 이렇듯 한국의 원화가 국내용 화폐에 머물러 있으면, 국제 금융 전쟁에서 적국의 무기를 수입해서 들고 싸우는 불안한 형세가 됩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15년에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SDR 편입에 이어 다음 후보는 한국 원화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의 다음 SDR 편입 결정 예정일은 2021년 9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하는 CBDC의 흐름은 한국의 SDR 편입에 유리할까요?


‘구창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한국을 사랑했던 세계적인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 이론을 통해 단지 더 열심히 일하고 개선하는 ‘존속적 혁신’만으로는 ‘파괴적 혁신’으로 무장한 신규 경쟁자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날로그 화폐 체제에서 국제 화폐의 기득권을 획득하지 못한 한국에게 디지털 화폐(CBDC) 시대의 개막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모멘텀입니다. 일본∙유럽이 주도하는 6개 국의 CBDC 연합은 한국에게 쉽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에 의지하여 원-위안화 직거래만 보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이 SDR 편입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건 중 하나가 ‘자유로운 사용(freely usable)입니다.


전략의 기본은 내가 유리한 방식으로 싸우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CBDC를 발행할 필요는 없지만 연구는 한다’는 판단은 국가 경영의 전략적 관점에서는 옳지 않습니다. 올바른 전략의 설계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관점의 질문들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 신용카드조차 보급률이 낮은 일본이 발행하는 CBDC가 디지털 강국 한국이 발행하는 CBDC보다 경쟁력이 있을까?

  • 중국이 발행하는 CBDC가 자유롭게 사용되는(freely usable) 측면에서 한국CBDC보다 전 세계적 지지를 쉽게 받을 수 있을까?

  • 북미 시장에서 1위인 네이버 웹툰과 일본 시장에서 1위인 카카오 페이지에 한국 CBDC가 결제수단으로 장착되면 원화의 국제화에 도움이 될까?

  • 네이버 쇼핑이 네이버 페이와 한국 CBDC를 결합하여 글로벌 버전을 출시해 외국인 구매를 끌어들이면 국익에 유익할까?

  • 토스가 영문 버전을 출시하여 한국 CBDC를 결합한다면 국내 은행의 국제화에 도움이 될까?

  •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2015년 5만 원권 환수율은 40.1%로 1만 원권 환수율 95.3%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상당량이 지하경제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CBDC를 도입하면 우리 경제가 보다 투명해 질 수 있을까?

  • 부동자금이 최대치에 이르고 돈이 안 돈다는 언론 기사가 쏟아지는데, CBDC는 내수 경제 활성화에 유리할까?


김문수 aSSIST-장강상학원 Top-tier EMBA 및 크립토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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